\아내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내놓고파\

젠틀맨요리교실 8기 첫 수업

[1220호] 2015년 04월 20일 (월) 18:00:41 윤상근 기자 mywind005@hanmail.net

▲ 흰돌종합복지관의 \'젠틀맨요리교실\'은 5,60대의 은퇴한 젠틀맨들이 모여 3개월 동안 한식, 중식, 경양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 부머’ 세대인 5,60세.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은퇴 후 삶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 중 요리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젠틀맨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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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 7시 백석동 흰돌종합복지관에 조리실에 고양동, 행신동, 장항동 여기저기서 모인 앞치마를 두른 젠틀맨들이 비장한 얼굴로 식재료들을 응시하고 있다. 벌써 2년 째 열리고 있는 ‘젠틀맨요리교실’ 수강생들이다. 정년퇴직하거나 은퇴를 앞둔 젠틀맨들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복지관을 찾고 있다. 고기순(62세) 강사는 “아저씨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손주에게 요리를 해주려고 하는 분도 오시고 그동안 요리를 해준 아내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만들어 주고 싶어 배우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8기 첫 수업인 이날은 양념장만 잘 만들면 맛있다는 불고기를 만들었다.

간단하다고 하지만 불고기 양념장 만드는 것을 설명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난생 처음 요리 한다,” 같은 아파트 옆 라인에 사는 사위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어 왔다”고 말하는 젠틀맨들은 궁금한 게 참 많았다. 간장을 얼마나 넣어야하는지, 설탕은 몇 스푼인지, 국물을 맛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요리초보다운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1996년부터 이곳에서 요리교실을 맡아온 고기순 강사는 친절하면서도 까칠하게 젠틀맨들의 질문에 능숙하고 알기 쉽게 답한다. 고 강사는 “양념장을 잘 만드는 것이 맛의 포인트”라며 “다른 재료들은 마음대로 넣어도 된다. 하지만 양념장만은 정확히 계량해서 넣어야”라고 말했다.

긴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실전, 5~6명씩 3개 조로 6인분 정도의 불고기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처음엔 어색해 하며 서로 눈치 보던 젠틀맨들이 역할분담을 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야채손질을 맡은 젠틀맨, 배즙을 맡은 젠틀맨, 고기 핏물을 빼는 젠틀맨. 하지면 역시 젠틀맨들은 성격이 급하다. 몇 차례 수업으로 자신감이 붙은 젠틀맨들은 막힘이 없다. 그러나 역시 아직은 실수하기도 한다. “아직 배즙 버리지 말라니까는!” 고기순 강사가 “어르신들 성격이 너무 급해 천천히 하세요!”라고 외치며 젠틀맨들을 지휘한다.

유독 여유로운 표정의 젠틀맨 이대규(61세)씨는 1기 때부터 참여해 벌써 2년 째 젠틀맨 요리교실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은퇴하고 당뇨가 왔었다. 건강이 많이 악화됐었는데 요리교실을 시작하며 활동량을 늘리고 당뇨가 많이 좋아졌다. 의사도 많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요리교실 시작 2시간 후 드디어 완성된 불고기를 맛보는 시간이 왔다. 넉넉히 조리해서 함께 맛을 보는 것은 젠틀맨요리교실의 또 다른 재미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불고기가 왠만한 식당에서 돈 주고 산 것 만큼 맛이 좋았다. 맛있는 저녁식사가 끝나고 조리실 뒷정리도 각자 먼저 나서서 한다. 젠틀맨요리교실의 고기순 강사는 “아저씨들이 잘 따라와 줘서 가르치는 나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요리를 처음하는 수강생들에게는 아무리 쉬운 요리라도 어렵기만 하지만 배운 요리를 가족에게 해주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요리초보 젠틀맨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젠틀맨요리교실 수강을 원하는 젠틀맨은 흰돌종합사회복지관 031-905-3400~1 최문정 사회복지사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