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식 위해 끓인 미역국… 사랑도 보글보글 끓어요
중년 남성을 위한 \'젠틀맨 요리교실\'
중년 남성들이 \'삼식이는 면하자\'고 시작했던 \'생존용\' 요리가 어느새 가족을 위한 \'사랑의 요리\'로 바뀌고 있다. 조림과 찌개 속에 남편 또는 아빠의 묵직한 마음을 양념으로 담아내는 그들. 은발의 남성들이 모인 \'젠틀맨 요리교실\'은 매시간 아름다운 사연이 보글보글 끓어 넘친다.
\아내가 등 떠밀어 시작… 점점 재미 느껴\
지난 6월 5일 오후 7시. 일산동구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로 서류가방을 든 남성들이 종종걸음을 쳤다. 다름 아닌 \'젠틀맨 요리 교실\'의 수강생들. 퇴근 후 바로 달려야 맞출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미 요리교실에는 10여 명의 수강생이 앞치마를 야무지게 두르고 앉아 있다. 막 도착한 직장인들도 앉는 둥 마는 둥 가방에서 앞치마부터 꺼내 입는다. 칠판 앞에는 요리교실의 유일한 여성이자, 1년째 강좌를 이끌고 있는 고기순(61) 강사가 살뜰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닭볶음탕의 닭고기는 기름기와 냄새 제거를 위해 팔팔 끓는 물에 한 번 데칠 거예요. 고등어무조림을 할 때 무는 큼직하게 썰어서 애벌로 한 번 데치세요. 이걸 모르는 주부들도 많은데, 우리 아빠들은 꼭 기억했다가 써 먹으세요.\
칠판에는 무가 두껍게 빗금 쳐 있는가 하면, 4등분된 감자와 양파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어슷썰기, 깍둑썰기, 채썰기 등 요리 용어를 모르는 아빠들을 위한 배려다. 젠틀맨 요리교실은 1년 전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55세 이상 남성들이 노후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개설된 요리 강좌다. 우리 사회에서 은퇴 남성들이 스스로 식사를 마련하지 못해 아내들의 불만을 사온 일화와 유머 시리즈는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이 생기니 아내들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수강신청을 했단다. 일산동구 백석동에 사는 성종남(73)씨도 아내가 등을 떠밀어 처음 오게 된 경우다. \딸이 제 엄마한테 말해주니 바로 가서 신청하더라구요. 혹시나 제가 혼자 되면 꼭 필요할 거라면서요. 처음에는 식칼을 쥐고 뭘 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했는데 갈수록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요.\
성씨는 닭을 데치기 위해 물을 끓이면서 연방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확인하다가 고 강사에게 주의를 받았다. 고 강사는 \처음에 아내와 딸이 신청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수강생들은 표정에서 대번에 표가 나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두 달 한식·중식·일식 요리들을 하다 보면 관심을 보이고 3개월째는 음식 만드는 내내 재미있어 하세요\라고 말했다.
배우고 싶은 음식 \'미역국, 김치·된장찌개\'
요리 시작한 지 30여 분 후 가스레인지 위에는 닭볶음탕, 고등어무조림이 매콤한 향기를 풍기며 맛있게 익어가면서 아빠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주로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지난번 아들 내외가 왔을 때 해물된장찌개와 꽁치신김치조림을 해 줬더니 며느리가 좋아하더라구.\ \아이구 나는 30년 동안 우리 아내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내가 그보다는 잘하겠다 생각이 들 때 가끔 있어. 그래도 말 안 하지.\ \음식을 만들어보니까, 재료를 장만하고 다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채소도 같이 다듬어주는데 마나님이 무척 좋아하지.\
수다 타임이 끝나고 무와 감자가 푹 익자 닭볶음탕과 고등어무조림이 냄비째로 깨끗한 조리대에 올랐다. 고슬고슬 흰밥을 그릇에 담고 수강생들의 저녁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국물이 진짜 맛있는데, 조미료 안 넣고 이 맛이 나는 게 신기하네\ 하며 감탄을 하는가 하면, \캬~ 오늘도 술안주로 딱인데, 아깝다\며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젠틀맨 요리교실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취미로 요리를 배우겠다고 신청하는 남성들도 늘어 모집 대상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단다. 취미로 요리를 선택한 수강생은 이대규(60)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째 수업을 받아 100여 가지 요리를 섭렵한 상태. \지난해 은퇴하면서 취미 생활을 꼭 가지자 다짐했죠. 요리, 악기, 외국어를 1가지씩 자신 있게 하면 프랑스에서는 중류층으로 친대요. 제가 프랑스 가면 요리만큼은 상류층일 겁니다(웃음).\
식사 시간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가족에게 맛보일 음식을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고 집으로 향했다. 당번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고 강사가 살짝 귀띔한다. \매번 첫 강의 시간에 \'무엇을 가장 만들고 싶냐\'고 물어봐요. 주부들은 좀 화려하고 어려운 중식이나 일식을 얘기하는데, 아빠들은 딱 3가지예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혼자서 쉽게 만들어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죠. 특히 미역국은 아내와 자식들의 생일날 직접 끓여주고 싶다고 말하세요. 만날 받아만 먹어서 이제는 해주고 싶다고요. 젠틀맨 요리교실에 오는 아빠들이 그런 분들이세요.\
한편 젠틀맨 요리교실 5기는 6월 26일~9월 2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8시 30분 진행된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 남성이면 누구나 수강 신청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7만원(재료비 10만원 별도)이다. 신청 문의 (031)905-3400~1
지난 6월 5일 오후 7시. 일산동구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로 서류가방을 든 남성들이 종종걸음을 쳤다. 다름 아닌 \'젠틀맨 요리 교실\'의 수강생들. 퇴근 후 바로 달려야 맞출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이미 요리교실에는 10여 명의 수강생이 앞치마를 야무지게 두르고 앉아 있다. 막 도착한 직장인들도 앉는 둥 마는 둥 가방에서 앞치마부터 꺼내 입는다. 칠판 앞에는 요리교실의 유일한 여성이자, 1년째 강좌를 이끌고 있는 고기순(61) 강사가 살뜰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닭볶음탕의 닭고기는 기름기와 냄새 제거를 위해 팔팔 끓는 물에 한 번 데칠 거예요. 고등어무조림을 할 때 무는 큼직하게 썰어서 애벌로 한 번 데치세요. 이걸 모르는 주부들도 많은데, 우리 아빠들은 꼭 기억했다가 써 먹으세요.\
칠판에는 무가 두껍게 빗금 쳐 있는가 하면, 4등분된 감자와 양파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어슷썰기, 깍둑썰기, 채썰기 등 요리 용어를 모르는 아빠들을 위한 배려다. 젠틀맨 요리교실은 1년 전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55세 이상 남성들이 노후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개설된 요리 강좌다. 우리 사회에서 은퇴 남성들이 스스로 식사를 마련하지 못해 아내들의 불만을 사온 일화와 유머 시리즈는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 남성들을 위한 요리교실이 생기니 아내들이 한달음에 달려와서 수강신청을 했단다. 일산동구 백석동에 사는 성종남(73)씨도 아내가 등을 떠밀어 처음 오게 된 경우다. \딸이 제 엄마한테 말해주니 바로 가서 신청하더라구요. 혹시나 제가 혼자 되면 꼭 필요할 거라면서요. 처음에는 식칼을 쥐고 뭘 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했는데 갈수록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요.\
성씨는 닭을 데치기 위해 물을 끓이면서 연방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확인하다가 고 강사에게 주의를 받았다. 고 강사는 \처음에 아내와 딸이 신청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수강생들은 표정에서 대번에 표가 나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두 달 한식·중식·일식 요리들을 하다 보면 관심을 보이고 3개월째는 음식 만드는 내내 재미있어 하세요\라고 말했다.
배우고 싶은 음식 \'미역국, 김치·된장찌개\'
요리 시작한 지 30여 분 후 가스레인지 위에는 닭볶음탕, 고등어무조림이 매콤한 향기를 풍기며 맛있게 익어가면서 아빠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주로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지난번 아들 내외가 왔을 때 해물된장찌개와 꽁치신김치조림을 해 줬더니 며느리가 좋아하더라구.\ \아이구 나는 30년 동안 우리 아내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내가 그보다는 잘하겠다 생각이 들 때 가끔 있어. 그래도 말 안 하지.\ \음식을 만들어보니까, 재료를 장만하고 다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채소도 같이 다듬어주는데 마나님이 무척 좋아하지.\
수다 타임이 끝나고 무와 감자가 푹 익자 닭볶음탕과 고등어무조림이 냄비째로 깨끗한 조리대에 올랐다. 고슬고슬 흰밥을 그릇에 담고 수강생들의 저녁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국물이 진짜 맛있는데, 조미료 안 넣고 이 맛이 나는 게 신기하네\ 하며 감탄을 하는가 하면, \캬~ 오늘도 술안주로 딱인데, 아깝다\며 못내 아쉬워하기도 했다.
젠틀맨 요리교실이 인기를 끌면서 요즘은 취미로 요리를 배우겠다고 신청하는 남성들도 늘어 모집 대상에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단다. 취미로 요리를 선택한 수강생은 이대규(60)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째 수업을 받아 100여 가지 요리를 섭렵한 상태. \지난해 은퇴하면서 취미 생활을 꼭 가지자 다짐했죠. 요리, 악기, 외국어를 1가지씩 자신 있게 하면 프랑스에서는 중류층으로 친대요. 제가 프랑스 가면 요리만큼은 상류층일 겁니다(웃음).\
식사 시간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가족에게 맛보일 음식을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고 집으로 향했다. 당번조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고 강사가 살짝 귀띔한다. \매번 첫 강의 시간에 \'무엇을 가장 만들고 싶냐\'고 물어봐요. 주부들은 좀 화려하고 어려운 중식이나 일식을 얘기하는데, 아빠들은 딱 3가지예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혼자서 쉽게 만들어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죠. 특히 미역국은 아내와 자식들의 생일날 직접 끓여주고 싶다고 말하세요. 만날 받아만 먹어서 이제는 해주고 싶다고요. 젠틀맨 요리교실에 오는 아빠들이 그런 분들이세요.\
한편 젠틀맨 요리교실 5기는 6월 26일~9월 25일 매주 목요일 오후 7시~8시 30분 진행된다. 요리를 배우고 싶은 남성이면 누구나 수강 신청할 수 있으며 수강료는 7만원(재료비 10만원 별도)이다. 신청 문의 (031)905-3400~1
글=행복플러스 서지혜 리포터
사진=행복플러스 장은주 기자
입력 : 2014.06.24 06:00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23/2014062303074.html